Space 776 is pleased to present The Painting - a solo exhibition of oil paintings by South Korean artist Jisoc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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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olors and shapes in the paintings of Jisoc Han make the viewer witness somewhere beyond. Even without the aesthetic packaging, the iconography he realizes cannot be viewed from the sole position of the observer, the interpreter, or even the artist himself. No matter how familiar it may be, the audience feels unfamiliar in front of these paintings baptized in blue. This is a feast of ultramarine. The attitude of the color gently suppresses the adventurism and provocation of contemporary art and graciously takes over the exhibition space.
 
   The title of the solo exhibition in New York is The Painting, and it includes artworks in which a blue background hides objects of the same color with subtle hints offered hidden behind strokes of white. Compared to previous releases, the work has a more vivid blue tone. It also shows protruded features which were hidden traces in his paintings before. Rather than painstakingly depicting an object, the paintings also resemble a performance of one's brush strokes. Some portraits remind people of Francis Bacon's paintings, while others show the lofty nature of a flash of paint reminiscent of Dire Straits' Love Over Gold album cover. However, only the artist knows exactly what the object in the painting is and what it means.
 
   The artist explains that the work was geared only towards painting without any instructed object. Like the exhibition title, emphasis is placed on the "painting" of each piece. Commenting on the different types and techniques in the history of painting is optional. Although this ambitious naming process might be taken as an exhibition that masters all kinds of paintings, it is not. This work is a declaration that puts painting at the center of Han's life while respecting the various attributes of art that can never be merged.
 
   At first glance, we experience spaces where paintings of the same color and size are repeatedly arranged. They are indeed spaces, not pieces of work. A group of paintings in a series that temporarily invade the gallery creates compulsive pleasure even when viewed in its entirety. And one result can be compared to another adjacent painting. The dialectics of contrast and repetition revealed in his works of around ten pieces create a spatial effect that text cannot determine. This is why even people like me who have been relatively exposed to his art are not bored with viewing his works. It may be just a "blue painting" for those unfamiliar with grasping the concepts of art history and contemporary art. Still, others will be able to see how many delicate channels of perception the artist has created in his paintings.
 
    The art of Jisoc Han has the potential to continue the controversy over epistemological philosophy or the sociology of knowledge. The artist places his anchor of hope on the line of recognition drawn countless times between hiding and revealing. However, what is quickly shown is the form while it can be seen that the artist is trying to keep the observations in the world contained in the content to himself. It is a paradoxical question whether viewers should know the preceding processes or face the painting oblivious of them.
 
   I imagine Jisoc Han in a studio, sitting in front of a canvas. In that space and time, the artist will be aware of only himself and his painting. However, even at that moment, his work relates to others and interacts with them. This is where, in the epistemology of Western philosophy, the dualism of the body and spirit moves to the next chapter of the relationship between self and others. As Hegel revealed, there cannot be purely a subject of 'I.' Jisoc Han, too, has already moved to the realm of others in deciding if his previous creations have been officially expressed socially. His perception, granted from the outside and fed back to his own, is driven to the end of the aesthetic world.
 
 

- Kew Hong Yoon / Sociology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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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석 작가 그림에 깔린 색과 형상은 관람자로 하여금 저 너머 어딘가를 목격하게 만듭니다. 미학적 포장을 빼고 보더라도, 그가 실현한 도상은 관찰자와 해석자, 심지어 작가 본인도 독차지한 위치에서 전망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익숙한 무엇일지라도, 무지막지한 청색 세례를 받은 이 그림 앞에서 관객은 낯섦을 느낍니다. 이것은 울트라마린의 향연입니다. 무례할래야 무례할 수 없는 색의 태도는 동시대 예술의 모험심과 도발을 지그시 억누르며 전시 공간을 점잖게 점령합니다.

 

    이번 뉴욕 개인전의 제목은 'The Painting’이며, 파란색 배경이 동색의 대상을 숨기고서는 오직 흰 붓질이 가려진 실체를 암시하는 작품들이 준비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간의 발표작들과 비교하자면, 이 작업은 파랑의 색조가 더 선명해졌습니다. 그림에 묻은 듯 숨어있던 흔적이 적극적으로 뚫고 나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작품은 하나의 대상을 공들여 묘사하기 보다는 붓질을 이리저리 해본 자신만의 퍼포먼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그림이 연상되는 인물상이 있는가 하면,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Love over Gold' 앨범 표지처럼 한 줄기 섬광이 내려치는 자연의 고매함을 담은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 대상이 정확히 뭘 그린 것인지, 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작가만이 알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그 어떤 지시 대상 없이 그리기 행위에만 맞춰진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그리기는 전시 제목이자 각 작품에 붙은 '회화’ 그 자체를 강조합니다. 회화의 역사 안에서 분화된 경향이 얼마나 많은 가는 여기서 굳이 밝힐 필요가 없겠죠. 이 야심찬 이름짓기는 모든 회화의 총아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작업은 결코 합병할 수 없는 미술의 다양한 속성은 존중한 채로, 한지석 작가 삶의 중심에 그림을 두고자 하는 일종의 선언입니다.

 

    우리는 언뜻 보아 같은 색과 크기의 그림이 반복해서 나열된 공간을 체험합니다. 작품이 아니라 공간이라고 했습니다. 갤러리에 한시적으로 침범한 한 무리의 연작 회화는 전체를 놓고봐도 강박적인 쾌락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작품은 인접한 다른 그림과 비교 대상이 됩니다. 열 점 안팎의 작품이 드러내는 차이와 반복의 변증법은 텍스트로 확정할 수 없는 공간 효과를 만듭니다. 저처럼 그의 미술을 비교적 많이 접한 사람이라도 작품 감상이 지루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술사와 현대미술의 개념 파악에 단수가 낮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블루 페인팅’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작가가 그림 안에 정교하고 섬세한 인식의 통로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두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지석 작가의 미술은 인식론적 철학 또는 지식 사회학의 논쟁거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가는 숨김과 드러냄 사이에 무수히 찍힌 인식의 선 어디에 소망의 닻을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드러나는 건 형식이며, 내용으로 담은 세계 내 관찰은 작가가 홀로 독차지하려는 혐의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앞선 과정을 아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모른 채 그림 그 자체를 마주하는 것이 더 좋을지는 역설(paradox)과도 같은 문제입니다.

 

     저는 작업실에서 캔버스 앞에 앉은 한지석 작가를 상상해 봅니다. 그 시공간에서 화가는 오로지 자기와 그림을 인식할 겁니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작업은 타인들과 관계 맺으며 그들에게 뭔가를 주고 받습니다. 이는 서양 철학의 인식론이 육체와 영혼의 이원론에서 자아와 타자의 관계라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대목입니다. 헤겔이 밝힌 것 같이, 순수하게 ‘나’라는 주체는 있을 수 없습니다. 한지석 작가도 이런 결단을 내리는 데엔, 심지어 본인의 이전 창작물조차 사회적인 공식 표명이 이루어졌다면 이미 타자의 영역으로 건너간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 부여받아 자기 것으로 되먹임(feed-back)된 그의 인식은 미적 세계의 끝으로 내달립니다.

 

윤규홍 / 예술사회학

Kew Hong Yoon / Sociology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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